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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서

[책] 임경선 에세이, 자유로울 것 '다들 이렇게 살아'

by 구의동날다람쥐 2019.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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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것(2017)

임경선 저, 예담


후배에게 선물받은 책이다.

책 선물을 받은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반갑고 고마웠다.



'자유로울 것'이라는 제목을 보고 '힐링이 되는 책이겠구나'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되게 평범한 말을 제목으로 꼽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책장에 꽂아두고는 잊어버렸다.


이 책을 다시 꺼내든 건 한참이 지난 뒤다.

그것도 너무 우연히.


한참 퇴사를 앞두고 고민하던 차에

대학 때 친했던 선배를 만났는데

어떤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해줬다.

 선배는 나보다 훨씬 먼저 회사를 관두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구절이 꽤나 뇌리에 깊게 남아

책 제목이 뭐냐고 물었더니

'자유로울 것'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제목이었는데

책장에 꽂혀 있던 바로 그 책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주저없이 펼쳤다.

후배가 선물이라며 책 앞장에 짧은 편지를 써줬는데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다른 면에는 저자 임경선 작가의 프로필이 짧게 소개됐다.

'십이 년간의 직장 생활을 거쳐 이제 십삼 년째 전업으로 글을 쓸고 있다.'

전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소개가 참 부러웠다.



단숨에 한 권을 다 읽었다.

그 중에서도 선배가 소개해줬던 구절은

첫 장에 등장했다.


어떤 사람이 작가에게 질문한 것에 대한 대답이 구절이다.

질문은 이랬다.


"지금의 일상에 만족하는 건 아니에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고, 그래서 일은 지루하고 하루하루 지쳐가요.

하지만 몸은 건강하고 나름 다정한 애인과 좋은 친구들도 있으니

이만하면 전 충분히 행복한 거겠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만한 행복에

감사할 줄 모른다면 제가 문제겠죠?"


참 사람들 고민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게 당시 내가 하는 고민과 동일했다.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당장 엄청난 빚을 진 것도 아니고

여유롭진 않지만 가족 모두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데 무슨 고민이 있으랴.

작가는 이런 논리에 장단 맞춰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지금 그녀는 욕망을 욕심, 탐욕과 혼동하고 

무기력, 나태를 착함, 초연함으로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라서.

"'인생 별거 있어? 다들 이렇게 사는 거지'라며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면서

아무 변화나 행동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아깝다"고 말한다.


'다들 이렇게 살아'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만족스럽지 못한 삶 앞에서, 이해되지 않는 일을 꾹 참거나,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마친 뒤.


작가는 욕망과 행복이 이율배반의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욕망을 위해 행복을 포기할 필요도, 행복해지기 위해 욕망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남들도 다 그래' '어딜가나 다 똑같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 비슷해 보이지만 약간씩 다르고,

그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 거기서 거기인 듯 하지만 사실은 다른 사회를 만든다.

아니면 진짜로 거기서 거기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사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일 뿐.


우리는 언제부터 욕망하기 보다는 빨리 포기하는 법을 배웠을까.


...


에세이 대부분은 작가가 일상에서 겪은

다양한 성찰을 담담히 고백하는 내용이다.

뒤에 뭐가 더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마지막장까지 내리 읽었지만

첫 장이 가장 여운이 남는다.


'자유로울 것'

자유라는 단어가 너무 진부해서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의미를 떠올릴 수 있는 말이다.

아주 오랜만에

이 책이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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