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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서

[책] 눈먼 자들의 도시, 인간성의 밑바닥

by 구의동날다람쥐 201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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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을 안 읽다가 일단 잡히는 것부터 읽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산 책이다. 

고등학생 때 반에 한 명쯤은 읽고 있는 책으로 기억한다.

고딩 때 도서관이 학교도서관치곤 꽤 큰 편이었는데 

거기에서 본 책이 아주 너덜너덜했던 기억도 난다. 

어쨌든 학생 때는 소설책을 잘 안읽었거니와

남들 다 읽는 책은 또 읽기 싫어하는 성향(핑계?) 때문에 안 읽었다.


최근에 퇴근길 알라딘에 맛이 들려서 한 두시간 책 제목만 훑다가 발견한 책이다. 

더욱이 소설책은 한번 읽고나면 다시 읽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가 다 주고 사기가 아깝다.

정성과 고뇌로 쓴 소설가에겐 미안하지만,

돈이 음슴.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어둡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실명에 처한다. 

그러더니 전염병처럼 번져 도시 전체, 나라 전체가 실명이 된다는 설정이다.

그 중에서 단 한 사람, 의사 아내만 마지막까지 실명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실명인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 세상을 눈으로 보는 것이다. 


집도 차도 재산도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얼마나 밑바닥이 될 수 있는지 그 극단을 상상해본 작품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과 고뇌에 대해 그리고 있다. 



작가는 주제 사라마구.

무려 22년생이다. 뒤늦게 소설가가 돼서 글을 쓰기 시작한 할아버지다.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함께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힌다고 한다.

노벨문학상도  탔다!

특별한 교훈을 얻기보다 

이런 드라마틱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라면 어떤 행동을 했을지,

나였다면 무슨 감정과 기분이 들었을지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책이다.


여러 장면이 있지만, 

처음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눈뜬 아내가 눈먼 남편(의사)이 눈먼 다른 여자(색안경을 쓴 여자)와 자는 장면이다.

아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아내는 볼 수 있었고, 모든 걸 다 본다. 

(뭔 느낌일지..)


또 하나는

눈먼 자들을 모아논 격리구역에서

총을 가진 몇몇 이들이

식량의 댓가로 돈과 여자들을 요구하는 장면이다.


굶을 순 없으니

아내 혹은 여자들은 가겠다고 한다.

거기서 남편들이 뭐라할 수 있겠냐만은.

자신의 아내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편과

(물론 여기서도 안된다고 길길이 날뛰는 남편놈도 나오지만, 결국 보낸다)

가야만 하는 아내들 혹은 남편이 없는 여자들을 그리고 있다. 

여기도 스스로를 대입해 볼만한 포인트.

그냥 죽어버릴 것인가, 먹고 살겠다고 혹은 먹여 살리겠다고 몸을 팔 것인가.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의 포스터.

위는 미국판, 아래는 한국판.

(포스터 올리려고 찾아보니 한국판이랑 미국판 포스터 분위기가 꽤 다르다.)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줄리안 무어가 의사 아내, 

어벤져스의 헐크로 더 알려진 마크 러팔로가 의사 역할이다.

영화로도 보고싶지만 영상으로 보면 꽤 잔인할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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