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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서

[책] 열두 발자국, '안주할 것이냐, 도전할 것이냐' 선택을 앞둔 이들에게

by 구의동날다람쥐 2019.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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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2018)

정재승 저, 어크로스


처음 출간됐을 때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목차가 흥미로워서.

'뇌과학'은 정서적으로 멀고 그다지 호감도 없지만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이 관심을 끌었다.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등등


이런 질문에 대해 '과학적'인 답변을 내놓는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미신이나 주장을 싫어하는 건 과학적 근거가 없어서다.

느낌이나 경험 말고 통계 근거가 있어야 한다.



크레마사운드를 알라딘에서 구입한 후

받은 적립금을 사용해 구매했다.

확실히 전자책으로 읽으니 손목이 편하고

목과 어깨를 책상에 잔뜩 구부리고 읽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



이 책의 정체성은 뭘까.

뇌과학에 대해 말하는 책일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에세이일까.

한 가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에세이일까.


이 책은 '선택'에 관한 책이다.

오늘 점심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하는

일상 속에서 아주 가벼운 질문부터

인생을 '탐험가로 살 것이냐, 마라토너로 살 것이냐'하는 

질문까지 다양한 질문을 다룬다.


한국인은 몇 살 때부터 이상적인 꿈을 버리고 현실적인 진로를 택할까.




성공한 창업자의 특징은

'위험을 잘 감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직장을 관두고 도전하는 게 아니라

지금 자신의 생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확률을 알 수 업슨 '모호'한 위험이 아닌 

위험의 확률을 계산하고, 자신의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

행동하는 사람이

대개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동양고전에서 말하는 '중용'의 지혜를 곱씹게 된다.


한국사람들은 몇 살까지 이상적인, 말도 안되는 꿈을 꿀까.

몇 살부터 꿈을 버리고 현실적인 진로를 택할까.


'지금 이대로 안주할 것이냐 아니면 도전할 것이냐'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블록체인과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생각이다. 

이 부분은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더 흥미로웠다.


한창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

정재승 교수와 김진화 유시민 등이 JTBC에서 했던

토론이 이제는 성지가 됐다.

당시는 갑론을박이 대단했지만

지금은 유시민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 주변이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유시민이 이를 두고 '네덜란드에서 튤립투기가 일어난 일을 두고

식물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책에서 그 때 그 토론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는데

왜 정재승 교수가 토론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편에서

얘기를 했는지 이해가 됐다.

사실 그 전까지는 정재승 교수의 행동과 선택이 잘 수긍이 되지 않았다.


내가 몰랐던 것 하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일종이 혁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소유의 데스크톱을 갖게 된 일이

얼마나 혁명적인 일이었는지 정재승 교수는 짚고 있다.


지주나 자본가가 아니더라도

다시 말해 전통적인 의미의 생산수단이 없더라도 

데스크톱으로 거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스크톱이 새로운 시대의 생산수단이 된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내가 앉은 이 자리에서

나도 이 노트북으로 창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화폐가 왜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지금처럼 국가가 화폐와 금융에 관한 모든 통제권을 온전히 독점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이것이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라고 말한다. 


데스크톱의 발명, 블록체인의 등장 모두

'경제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과학자 공학자의 아이디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다만 '경제민주주의'가 왜 비웃음거리가 됐는지

생각해볼 지점인 것 같다.

생산수단이 민주화된다고 해서 그 결과도 민주화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한 가지 책을 읽으면서 위로가 됐던 건

정재승 교수도 현재 일어나는 비트코인 열풍이

노력없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느냐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왜 청년들이 비트코인만 들여다보고 있는지

책을 읽다보면 우리 세대에 대해 충분히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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