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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나서

[영화] 미스 슬로운(2016), 남성성의 흉내인가 변명하지 않는 여성인가

by 구의동날다람쥐 2019.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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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슬로운(Miss Sloane, 2016)

감독 존 매든


간만에 푹 빠져드는 영화를 봤다.


인터넷에서 짧게짧게 영화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가끔 보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본 영화는 처음이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미스 슬로운>

미국 정치판의 보이지 않는 권력, 로비스트를 다룬 영화다.


슬로운은 최고의 로비스트다.

워싱턴 최고의 회사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갑'의 위치에 있는 고객에게도 굴하지 않는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총기규제 법안을 놓고

최고의 로비스트 미스 슬로운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슬로운에게 총기규제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거물 정치인이

고객으로 들어오지만

슬로운은 이를 거부한다.

대신 훨씬 규모가 작지만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회사의 스카웃 제안을 받아들인다.


슬로운은 거대자본 없이 자신의 로비 능력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슬로운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이

소위 멱살 잡고 하드캐리한다.

영화 결말, 모든 판은 슬로운이 짠 판이라는 게 소름끼친다.

영화 초반부와 결말에서 반복되는

슬로운의 대사가 여운처럼 남는다.


"Lobbying is about foresight.

About anticipating your opponent's moves and devising countermeasures.

The winner plots one step ahead of the opposition,

and plays her trump card just after they play theirs.

It's about making sure you surprise them,

and the don't surprise you."


"로비는 선견지명입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고안하는 겁니다.

승자는 상대보다 한 걸음 앞서 계획하고

상대방이 트럼프 카드를 내보인 바로다음 자신의 트럼프 카드를 꺼냅니다.

상대를 놀라게 해야 하지만,

당신은 놀라지 않는 것이죠."


...


기억 속 제시카 차스테인은

<인터스텔라> 속 쿠퍼(매튜 메커너히)의 딸, 성인 머피다.

부드러운 이미지였는데

여기서는 완전 강인하고 영리하며 카리스마 있는 역할로 나온다.


두 가지 짧은 영화평이 이 영화를 잘 설명해준다.

"껍데기만 여성으로 바꾼 남성성의 서사"(roykin님의 블로그)

"유능함과 성취욕에 대해 변명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씨네21 김혜리)


중간에 슬로운이 잠깐 무너지지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슬로운의 언행이 주는 통쾌함이 대단하다.

슬로운의 모든 말과 행동이 너무 단호해서

근거 없는 확신을 줄 정도.


근데 여전히 씁쓸함이 남는 건

슬로운의 방법이 과연 맞냐는 것이다.

숨기고 싶었던 남의 과거를

상의 한 마디 없이 공개적으로 들추면서까지

이겨야 했을까. 


누군가는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과 방법이 

항상 정의로울 수 있냐고 말하기도 한다.

오히려 정의로운 방법만 추구하는 것은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걸 수 있다고도 말한다.


물론, 슬로운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은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보단

이기겠다는, 승리의 욕망 때문이라는 게 맞다.

다만, 현실에서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 전미총기협회)라는 거대자본 거대권력이 뒤에 있는

의회를 꺾으려면 슬로운 정도의 추진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취욕.

못하는 척, 모르는 척하지 않는 당당함은

여자가 가져선 안 되는 것인지

아니면

남성성의 흉내에 불과한지는 생각해볼만한 지점이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게

미드 뉴스룸에 출연진이 두 명이나 등장한다는 것.

제인 역의 앨리슨 필과

조지 듀폰 역의 샘 워터스톤은

왠만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사람들인데(내 기준)

여기에 나왔다..!

둘다 의미있는 시나리오만 선택하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듦.


앨리슨 필은 <미스 슬로운>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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