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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나서

[영화] 빅쇼트(2015), 글로벌 금융위기 추적기 '쓰레기도 모으면 상품이 된다'

by 구의동날다람쥐 2019.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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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을까.

여기에 대한 답을 주는 영화가 '빅쇼트'다.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 2015)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왜 일어났고, 또 그 과정에서

여전히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화제목에 쓰인 Short(쇼트)는

짧다는 뜻이 아니라 '공매도'를 말한다.

공매도는 쉽게 말해 주식이나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것에 베팅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롱(long) 포지션, 이 반대를 숏(short) 포지션이라고 한다.

몇 년 전 투자론 금융론 시간에 배운 것들인데

영화를 보면서 희미해진 기억의 끄트머리를 살짝 붙잡아봤다.


영화제목 빅쇼트는

거대한 공매도, 즉 이 나라(미국)와 세계경제가 망한다는 것에 건다는 의미가 아닐까.

투자대상 자체가 거대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당시 그 누구도 미국 주택시장이 망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률도 엄청났다.



아무도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미국 모기지론시장, 주택시장이 왜 폭삭 망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는 영화다.


영화 중간중간 실제 인물들이 등장해

설명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그 중 하나인 유명 요리사가 CDO(부채담보부증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는 장면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핵심을 간파한다.


이 요리사는 오늘 공수한 신선한 식재료로 장사를 대비한다.

그런데 마침 이 식재료가 건강에 안 좋다더라 등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고

손님이 예상보다 뚝 떨어진다.

결국 식재료는 남고, 장사는 끝났다.

이 요리사는 손해를 감수하고 식재료를 버릴까.

아니다. 오래된 식재료를 다 모아 해물스튜에 넣어버리면

다시 고급음식이 된다.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이게 CDO라는 것이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이런 흐름이다.)


핵심은 쓰레기상품이라도 모으면 다시 양질의 상품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처음 배울 때 교수님이 '파는 사람은 물론 만든 사람도 이해를 못하는 상품'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일단 이것들을 모아 상품을 설계하는 방식이 굉장히 복잡해서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이 상품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도 모른다.

그냥 막 섞는다.

또 하나, 가짓수가 많아질수록 위험은 낮아진다는 생각.

투자론 시간에 배우길 투자 포트폴리오는 분산투자할수록 위험이 적다.

수익률과 위험이 서로다른 증권을 다양하게 확보할수록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쓰레기 상품들, MBS(주택저당증권) CDO(부채담보부증권)도

수십 수백개를 엄~청 복잡하게 섞었으니 위험이 낮고,

그래서 등급도 높았다는 사실.


이렇게 버블이 생겼고, 이런 사실을

4명의 주인공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발견하고 이용한다.


아래 포스터에 적힌 문구대로 

'월스트리트를 물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이 등장하지만

이들 중 3명은 '물먹인' 것에 대해서 기뻐하지 않는다.

라이언 고슬링이 분한 자레드 베넷을 제외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는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폭락해 결국 수많은 세입자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상황에

참담해진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아니 어떻게 저렇게 허술하게, 안일하게 관리해왔는지 말문이 막힌다.

무엇보다 은행, 증권사의 그런 장난질과 꼼수, 사기가

평범한 사람들이 안식처인 집을 잃는 사실로 귀결됐다는 게

분노와 허탈함을 일으키는 지점이다.


영화 중간에 한 세입자가 

"난 집세도 밀리지 않고 다 냈다. 근데 왜 위험하다는 것이냐"고 따지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 자식이 있는 그 세입자 부부는 결국 집을 잃고 

차에서 생활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를 풀어야 된다' '규제를 없애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영화야말로 신중한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타낸다.

규제 자체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현 상태에서 뭔가 바뀌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해서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주택시장에 공매도 하겠다는 마이클 버리에게 

대형은행 직원이 "누가 주택대출금을 안 갚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아무리 당연해 보이는 것이라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구말마따나 경제는 생물과 같아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면,

규제에 대해서도 

아주 느리게, 매우 천천히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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