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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꿀팁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by 댄싱스네일

by 구의동날다람쥐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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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왔는데 또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티스토리에 글을 쓰려고 버스타고 도서관까지 왔는데 갑자기 하기가 싫어졌다. 큰일이다. 이제 이런 말을 하기에도 민망한 나이가 됐지만 정말 뭐가 되려고 이러나.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중 한 페이지. 책 제목에 기대 핑계를 대고 싶다.

# 노트북을 펼쳤는데, 노트북 화면이 너무 커서 싫다. 내 화면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것만 같다. 16인치는 너무 크다. 휴대용으로 조금 더 작은 노트북을 살 걸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아줌마가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이 곳 광진정보도서관은 종합열람실 한켠과 미디어자료실, 1층 일반열람실 일부 좌석에서만 노트북을 쓸 수 있는데, 공간 전체에 노트북을 쓸 수 있는 미디어자료실조차도 데스크가 부족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 아줌마도 내 옆자리가 아니라 옆옆자리나 옆옆옆자리에 앉았을텐데 내 옆자리에 앉았다. 옆옆자리도 아니고 옆자리는 굉장히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 집에만 있기가 밖에 나온 건데, 밖에 나오니까 사람들이 있어서 싫다.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나. 사람들이 없는 게 좋다. 탁 트인 공간과 적당히 잘 꾸며진 인테리어 그리고 추적추적 비 내리는 한강뷰까지 정말 마음에 들지만 내 시야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걸렸다. 절대적인 사람 숫자로 보자면 서울치고 그렇게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내 기준에서는 많았다. 사람들이 조금 더 뜨문뜨문 있었으면 좋겠다. 한화생명보험에서 스타트업을 위해 지은 건물, 드림플러스강남의 라운지가 생각났다. 아마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유료공간이라서 그런지 인테리어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여섯 명씩 앉을 수 있는 커다란 개방형 좌석마다 사람들이 한 명씩 앉아있다는 점이 매우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그 공간은 어떻게 운영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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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우편으로 받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보니 '서울시청년수당'이 생각나서 둘 다 검색해봤다. 취준생들이 관심이 갈만한 내용이라서 포스팅하면 좋을 것 같은데, 몇 번 검색하다보니 흥미가 떨어졌다. 이렇게 이미 블로그에 정리된 자료들이 많은데 내가 거기에 또 한 페이지를 보태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쯤 오른쪽 옆자리에도 어떤 아줌마가 앉았다. 내 오른쪽 옆자리 좌석에 내 가방을 올려뒀는데, 혹시 이 가방 주인이냐며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물론 나는 서둘러 치우는 척하며 가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트북을 덮고 가방을 대충 싸 그곳을 벗어났다. 

# 다시 자료실과 열람실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회원증을 발급하고 종합열람실로 돌아왔다. 에세이 코너 책 제목들을 훑다가 코웃음이 났다. '무기력'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 제목에 눈길이 갔다. '댄싱스네일'이라는 독특한 닉네임을 가진 작가의 책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라는 책을 꺼내 자리에 앉았다. 이 사람도 아무것도 하기 싫었구나. 집에만 있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루룩 대충 다 읽고 장강명 에세이 <5년만에 신혼여행>이라는 책을 좀 더 읽다가 다시 가방을 쌌다. 책을 빌리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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