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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꿀팁

이제 막 시작하는 취준생에게 드리는 글_님아 그 길을 가지 마오 1

by 구의동날다람쥐 2023.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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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냐  vs 사기업이냐

그때로 돌아간다면..

사회생활 6년차다. 어쩌다보니 일을 쉬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일을 쉰다는 게 내 시나리오에서 있을 거라고 1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방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있다. 그래도 만성두통이 사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타이레놀을 달고 살았는데 회사를 관둔 이후로는 어쩐지 타이레놀을 찾을 일이 없다. 

용돈벌이나 해보려고 시작한 티스토리 블로그는 6월 27일 자체 광고 게재로 수익창출 가능성이 더 떨어졌다. 이걸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돈 되는 글을 찾아보려다가 돈 되는 글을 써도 돈이 될지 말지 가능성이 더 불투명해져서 그냥 쓰고 싶은 글도 써보련다.

근 6년.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회사에 가면 지겨운 직장생활을 10년, 20년씩 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쌔고 쌨다. 그래도 이 시점에서 소회를 남기는 이유는 6년 전, 아마 20대 중후반을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모두가 그렇듯 나도 뭘 해야될지 몰랐다. 정확히는 뭘 해야될지는 알았는데, 어느 방향으로 해야 할지를 몰랐다. 뭘 해야될지 알았다는 건, 당연히 밥벌이를 위한 취업을 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고, 어느 방향이라 함은 어떤 회사, 어떤 직무를 준비해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대다수의 취준생들이 원하는 안정성 있는 직장, 그래도 돈도 어느 정도 버는 직장을 택했다. 안정성에 몰빵하기 보다는 돈도 어느 정도 필요했기에 공무원은 선택지에 없었다. 

공기업. 공기업에 가려고 했다. 

딱 이 시점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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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길을 가지 마오"

처음 취준을 할 때 목표를 공기업으로 잡지 말기를, 아니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취준생들은 쉽게 보기 어렵지만 직장인들은 누구나 가입해 있는 직장인 대나무숲 '블라인드'를 보면 공기업 생활은 나름 꿀이다. 사기업에 비하면. 돌+아이도 "비교적" 적고. 워라밸도 좋다. 물론 금융공기업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꿈꾸는 국책은행이나 기관은 업무강도가 낮지만은 않다. 진리의 부바부다. 친구는 여의도에 있는 국책은행에 취업했는데, 바쁠 때는 새벽2시, 3시까지 야근을 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은 사기업보다 편하다. 일단 안 짤리니까. 웬만해선 짤리기가 쉽지 않다. 물론 요즘 사기업도 안 짤린다고 하지만, 마음가짐이 다르다. 공기업은 승진경쟁을 포기해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개꿀 워라밸 그리고 공무원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연봉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가는 커리어 없음보수적인 조직문화.

먼저 커리어 없음에 대해

일단 대부분의 공기업, 공공기관은 순환보직으로 운영된다. 한 부서에서 2-3년 정도 있으면 다른 부서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패방지가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이에 따른 기회비용이 상당하다.

충주시 공무원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인수인계가 엉망이다. 이 업무를 이제 온 나도 모르고, 전에 있도 쟤도 모른다. 규정을 보고 하란다. 이 회사는 분명 40년 이상 지속된 계속기업인데, 대체 그 동안 쌓인 경험과 노하우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스타트업에 취직했다는 생각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배워 나가야 한다. 땅을 고르고 씨앗을 새로 심어야 한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 인수인계 특

내가 심은 씨앗의 떡잎이 올라오고 줄기가 올라오려고 할 때쯤,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다. 새로운 황무지다. 황무지를 다시 골라야 한다. 전문성이라는 게 생길 리가 만무하다. 이 직무 했다가 저 직무 했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언제든지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를 원하는 게 '공'자 들어가는 회사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니까.

물론 순환보직의 장점도 있다. 지루해질 때쯤 사람도 바꾸고, 일도 바꿔준다. 적절한 시기에 리프레시가 되는 것이다. 학기초 새 친구들을 사귀고 교과서에 이름 좀 쓰다보면 3월이 훌쩍 지나있는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 가서 책상 좀 닦고 사무용품 좀 정리하다가 이전 문서 좀 읽다보면 인사발령 시기는 시간이 훌쩍 간다. 물론 상견례 겸 회식도 가야겠지. 그런 면에서 순환보직은 장점이다.

장점을 잡아먹는 단점이 있으니 그건 지역순환. 이것 때문에 힘들어서 이직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취준할 때만 해도 순환이 힘들긴 하겠지만 '뭐 전국 곳곳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지'라는 매우 순진한 생각을 했다. 사실 그 당시는 합격만 시켜주면 됐지 다른 건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언제나 혈혈단신으로 살 것도 아니고 연애도 결혼도 해야 하는데 평생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인사발령 시기마다 밀려오는 불안감이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순환보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직을 생각할 때다. 잘 적응해서 취준했을 때 마음가짐 그대로, 합격만 시켜주면 회사가 절 버리지 않는 한 제가 회사를 먼저 떠날 일은 없습니다! 라는 그 마음가짐대로 쭈욱 다닌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공조직의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탈출하는 신입직원들이 한 해에도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유튜브만 봐도 수년을 받쳐 합격한 공무원을 때려친 유튜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렇게나 공기업을 때려친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공기업 이직률은 사기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만약 여기서 공조직의 답답함을 버리고, 정말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 라는 생각에 사기업을 가자고 한다면, 즉 공노비에서 사노비로 신분을 바꾸고 싶을 때 그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공노비로 산 기간이 길어질수록 쉽지 않다. 그 시간만큼 전문성과 커리어가 없기 때문에. 기획/인사/총무/전략/영업/홍보 등 어디에 각을 맞추기에도 커리어가 어지럽다. 경력직으로 옮기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다시 공기업 신입공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쪽 공노비에서 저쪽 공노비로. 

그렇다면 스펙과 포트폴리오를 쌓아 사기업 신입으로 도전하는 것은? 사기업은 나이를 본다. 나이도 중요한 요소다. 합격할 확률은 더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사기업에서 공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블라인드 채용이기 때문에 나이를 보지 않고 필기시험과 면접을 잘 보면 된다. 어떤 스펙이나 특별한 경험을 비교적 덜 요구한다.

내가 만약 다시 20대 중후반으로 돌아간다면, (20대 후반도 정말 늦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젊다. 요즘은 30대에 첫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일단은 무조건 사기업에 도전해본다는 것이다.

사기업을 경험해본 다음에 공기업을 준비해도 전혀 늦지 않다. 공기업은 아마 서른 다섯살까지는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사기업은 30대 초반만 해도 문이 꽤 닫힌다. 일단 사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취업에 성공해 잘 다니면 더 바랄 것 없이 좋겠지만, 만약 다른 마음이 들어 회사를 바꾸고 싶다면 그 때 공기업에 도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기업부터 간다? 사기업 신입을 준비하기가, 사기업 경력직으로 들어가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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