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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꿀팁

증명할 것이 없다는 것

by 구의동날다람쥐 201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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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nothing to prove to you."

너한테 증명할 필요없어.


영화 <캡틴마블> 속 인상 깊은 대사 중 하나다. 

욘-로그(주드로)가 캡틴마블(브리라슨)에게 초능력 없이 싸워야 진짜 이기는 것 아니냐며

개수작을 부릴 때 날린 말이다.

욘-로그가 이러쿵저러쿵 개수작을 늘어놓는 장면을 보면서

제발 캡틴마블이 "그래, 능력 없이 붙어보자"는 클리셰 따윈 집어치우길 빌었다.

순간이었지만 나름 간절했다.

시원하게 한방을 날려주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한참 토익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 대사가 떠올랐다.

몇년 전까지 800점대 점수를 갖고 있었지만

더 공부하지 않고 그냥 취업했다.


물론 900점대 점수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굳이(?) 라는 생각이었다.

필요조건만 충족하면 되니까.

그런 생각이 있어서인지 몇 번 더 본 시험에서

계속 같은 점수대가 나왔는지 모른다.


근데 지나고나니 

어느 순간

'800점짜리 인간'이 돼버린 찝찝한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몇년 후인 지금

900점대 점수를 비교적 금방 얻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난 할 수 있었는데, 능력이 있었는데

그걸 굳이 증명한 느낌이랄까.


동시에 

혹시 내가 지금 다른 직장을 얻고 싶어하는 이유가

"나는 괜찮은 직장에 갈 능력이 있어"라는 걸

즘명하고 싶어서인가 하는 거다.


어떤 결과나 행동을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순 없겠지만,

이런 생각이 단 한 방울도 없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문제는 어떤 걸 증명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다.

가령 나는 A, B, C, D....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중에 얼마나 많은 것이 실제로 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이건 직접 해보지 않은 이상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분명한 것은 A와 C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내 시간과 노력을 다 써버리면 B, D를 비롯한 나머지의

실현가능성은 영원히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B와 D를 비롯한 나머지를 할 수 없는 사람인가?

물론 아니다. 아무도 모르지.


이런 잡생각의 교훈은

1.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고,

2.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남한테 뭔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의미있는 것 아니면 원하는 것에 쓰라는 것이다.


누군가 날 800점짜리 인간으로 본다면

"뭔 개소리야" 하고 무시하면 그만.


내가 지금 하는 일이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쓸만큼

가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해야겠지.


그럼에도

교훈을 빙자한 잡생각을 우겨넣고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가야 한다.


...


이상 프로잡생각러의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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